HBM 다음을 찾는 시장의 시선은 왜 저장장치로 이동했을까
요즘 반도체 시장을 보면 흐름이 꽤 단순해 보이지만,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복잡하다. HBM이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 많은 투자자들이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HBM 다음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단순히 새로운 기술 이름을 찾기보다, 컴퓨터 구조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천천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초반 개인용 컴퓨터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매우 단순했다. CPU가 모든 계산을 담당했고, 저장은 플로피디스크가 맡았다. RAM은 전원이 켜져 있을 때만 존재하는 임시 공간이었고, 전원을 끄면 모든 것이 사라졌다. 이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산보다 데이터를 어떻게 불러오느냐였다.
시간이 지나 하드디스크가 등장하고, 운영체제가 저장장치에 상주하게 되면서 컴퓨터 사용성은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CPU가 아무리 빨라도, 데이터를 제때 받지 못하면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CPU와 GPU의 분업이 만든 새로운 병목
1990년대 이후 그래픽 환경과 3D 게임이 등장하면서 CPU 혼자서는 감당이 되지 않는 영역이 생겼다. 이때 등장한 것이 GPU다. GPU는 단순히 화면을 그리는 칩이 아니라, 동시에 많은 계산을 처리하는 데 특화된 장치였다. 이후 GPU는 게임을 넘어 과학 계산, 인공지능으로 영역을 넓혀 갔다.
문제는 여기서 다시 발생했다. CPU와 GPU가 계산을 아무리 빠르게 해도, 그 계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DRAM이 발목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칩과 떨어져 있는 DRAM은 물리적 거리 때문에 속도 한계가 명확했다.
이 병목을 줄이기 위해 GPU 바로 옆에 붙여 고대역폭으로 데이터를 전달하는 메모리가 등장했는데, 이것이 HBM이다. HBM은 속도 문제를 해결했지만, 또 다른 한계를 드러냈다. 용량과 비용이다.
HBM으로 해결되지 않은 마지막 구간
HBM은 계산 중 자주 쓰는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하지만 계산 결과를 오래 보관하거나,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까지 맡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그래서 여전히 NAND 플래시가 필요하다. 문제는 NAND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GPU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AI 작업을 기준으로 보면 흥미로운 수치가 나온다. GPU가 실제 계산을 수행하는 시간은 전체 작업 시간의 20~30%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있다. 나머지는 데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NAND 접근 시간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나온다. HBM처럼 NAND도 쌓아서 빠르게 만들 수는 없을까. 그리고 GPU 가까이 가져올 수는 없을까.
HBF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유
이 질문에서 나온 개념이 HBF High Bandwidth Flash다. 이름 그대로 대역폭을 높인 플래시 메모리다. 중요한 점은 HBF가 NAND를 대체하려는 기술은 아니라는 것이다. 역할은 명확하다. HBM과 NAND 사이에 위치하는 중간 저장소, 자주 쓰는 데이터를 빠르게 제공하는 간이 저장공간이다.
GPU는 HBM과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고, HBM은 HBF와 연결되며, 최종 저장은 기존 NAND가 담당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GPU가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전체 시스템 효율이 올라간다. AI 연산에서 체감 성능을 좌우하는 구간이 바로 이 부분이다.
HBF의 기술적 특징 중 하나는 HBM과 마찬가지로 적층 기술이 핵심이라는 점이다. 여러 층을 쌓아 대역폭과 용량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이 말은 곧, HBM에서 앞서 있는 기업이 HBF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누가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을까
현재 이 영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다.
HBM 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두 회사는 자연스럽게 HBF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NAND 분야에 강점을 가진 SanDisk와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일정상으로는 2026년 하반기 샘플 공개, 2027년 초 양산이 목표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다. 삼성전자는 외부 협력보다는 자체 기술을 중심으로 단독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차이는 전략의 문제이지, 우열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건, HBM 이후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됐다는 점이다.
HBM 다음 떡밥이라는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HBM 다음 떡밥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사실 조금 위험하다. 시장은 항상 하나의 키워드만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흐름으로 본다면, 계산 능력보다 데이터 이동과 저장 효율이 더 중요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HBF는 화려한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조용히 판을 바꾸는 기술에 가깝다. 그래서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당장 숫자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든 기술이든, 이런 구간은 항상 미리 준비한 쪽이 유리했다.
이제 관심을 가져볼 시점인지, 아니면 조금 더 지켜볼지. 그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HBM, HBF, 고대역폭플래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샌디스크, AI반도체, 메모리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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